신부의 아버지가 신부와 함께 입장하는 이유는?

딸을 데리고 입장하는 아버지의 손길에는 딸에 대한 아버지의 자긍심이 있다. 즉 “나는 이제까지 내 딸을 최선을 다해 양육해 왔으며, 이제야 말로 온전히 한 가정을 이룰 만큼 성숙했음을 인정한다”라는 아버지의 확인이 담겨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신부를 데리고 인도해 온 장인어른께 인사를 드리며 신부의 손을 붙잡는 신랑 역시 “장인어른 못지 않게 최선을 다해 아내를 돌보며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고개 숙여 그 동안의 수고에 대한 감사를 드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또 신부가 아버지의 보호에서 벗어나 이제는 남편의 보호와 돌봄 아래 놓이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양가모두가 결혼을 통해 자녀들의 결혼을 후원하겠다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따라서 결혼식 순서는 결코 두 사람만의 순서일 수 없다. 거기에는 부모에 대한 감사가 있는가 하면, 하객들 앞에서의 선언이 있기도 하다. 하객들은 이런 순서에 동참하면서 그들을 격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순서가 옳다든지, 신풍속도가 나쁘다든지 하는 문제보다 그 순서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