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에 빠진 의사표시-①

1. 민법 제109조의 정책적 의미

민법은 제109조 본문에서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을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착오에 빠진 의사표시의 효력 대하여 취소 주의를 택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 태도에 대하여 의사주의 이론으로부터 표시 주의 이론으로 진일보한 것이라는 평가와, 착오의 의사표시를 표시대로 일응효력을 발생하게 하고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만 취소할 수 있게 한 것은 자기 책임의 원칙을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한편 동일한 취소 주의를 택하고 있는 독일 민법의 태도와는 달리, 최소에 따른 신뢰이익 등의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데 우리 민법의 특징이 있다. 

 

2. 착오의 종류

(1) 표시상 착오와 내용상 착오

내심적 효과의사를 기준으로 볼 때 표시 행위를 잘못하는 것이 표시상의 착오이다. 청약서에 300달러라고 타이핑할 생각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30달러라고 표기된 경우이다. 한편 표의자가 표시 행위 자체에는 착오가 없었으나 표시 행위 자체의 의미를 잘못 이해 하는 경우도 있다. 즉, 내용상 착오란 표의자는 표시하고자 하는 것을 표시하지만 그 표시의 법적 의미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한국 국적의 매도인이 홍콩의 매수인에게 반도체를 팔면서 미연방의 달러와 홍콩달러 사이의 환율이 다름을 모르고 청약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결국 표시상의 착오는 표의자가 내심에서 사용할 의사가 없었던 표시 수단이 사용된 경우이며, 내용의 착오는 표의자가 사용하고자 하는 표시 수단을 사용하였지만 그 의미를 잘못 이해한 경우이다.

 

(2) 동기의 착오

통설은 동기의 착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없으나, 동기가 표시되어 상대방이 알고 있는 경우에는 의사표시의 내용이 되므로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하여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한다. 판례도 동기를 계약내용으로 하는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한 이상 그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동기가 상대방의 부정한 방법에 의해 유발된 경우 또는 '동기가 상대방으로부터 제공된 경우'에는 동기가 표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동기의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는 최소 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동기가 표시될 필요가 없다는 유력한 견해에 의하면, 동기의 착오도 그것이 표시되었는지를 묻지 않고서 다른 유형의 착오와 마찬가지로 제109조를 적용 또는 유추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생각건대 동기의 착오는 취소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견해를 제외한 모든 견해는 해석론산 신뢰이익의 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신뢰이익의 배상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착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취소를 당하게 되는 상대방을 보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착오를 이유로 법률행위를 취소하는 자에게 신뢰이익의 배상책임을 지운다면, 동기의 착오를 넓게 해석하는 것이 양 당사자 사이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타당하다. 따라서 동기가 표시되지 않은 경우라도 표의자가 동기의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한, 취소할 수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3) 표시기관의 착오

'표시 기관의 착오'라나 표의자가 사자使者 또는 우체국을 매개로 하여 표시 행위를 하고, 이러한 매개자가 표의자의 의사와 다르게 표시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표시항 착오에 준하여 다루면 충분하다. 하지만 표시 기관으로서의 사자가 아니라 전달기관으로서의 사자는 의사표시가 아직 도달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뿐이며, 대리인이 잘못 표시한 경우에는 대리인을 기준으로 의사표시의 효과를 검토하게 된다.

 

(4) 법률에 대한 착오

 민법상 법률의 착오라 함은 법률 효과에 대한 착오를 말한다. 민법 제109조는 법률의 착오를 굳이 제외하고 있지 않으므로 착오의 일반이론에 따라 해결하면 충분하다. 따라서 법률에 관한 착오라도 그것이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인 때에는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5) 계산착오

계산 내지 산출의 기초가 되는 사항에 대한 표의자의 착오를 말한다. 계산착오는 계산서에 기재되는 등 표시되었는지 요부를 묻지 않고 동기의 착오에 해당한다. 착오 있는 계산을 기초로 의사표시를 했기 때문이다. 계산착오가 중대하여 법률행위의 균형이 상실될 때에는 취소할 수 있어야 한다.

 

(6) 기명날인 또는 서명의 착오

표의자가 자신의 효과의사와 다른 내용의 문서에 기명날인하거나 서명하는 경우를 기명날인 또는 서명의 착오라고 한다.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자신의 효과 의사에 대한 표시 행위를 완성하는 요소에 불과하다면 이는 내용상 착오에 해당하지만,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표시행위 자체를 구성한다면 표시상의 착오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신원보증서류에 서명 날인한다는 착각에 빠진상태로 연대보증의 서면에 서명날인한 경우, 결국 위와 같은 행위는 강학상 기명날인의 착오, 즉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의사와 다른 법률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서면에 그것을 읽지 않거나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채 기명날인을 하는 이른바 표시상의 착오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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