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주의 - ①

1. 변론주의의 개념

 변론주의란 소송자료(사실자료와 증거자료)의 수집 및 제출은 당사자에게 맡기고, 법원은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만을 기초로 재판을 하도록 하는 원칙을 말한다.

 

 처분권주의는 어떠한 내용의 소송물, 어떠한 범위의 소송물을 법원의 심판대상으로 하는가를 당사자가 정하도록 하는 원칙이고, 변론주의는 변론에서 어떤 내용, 어떤 범위의 소송자료를 마련하고 법원이 어떤 소송자료를 기초로 하여 재판할 것인가를 당사자가 정하도록 하는 원칙으로, 처분권주의는 소송물 결정에 관한 원칙이고 변론주의는 그 바탕이 되는 소송자료 결정에 관한 원칙이라 할 수 있다.

 

 민사소송의 대상은 사법상의 법률관계로서, 이 영역에서는 사적자치가 지배하며 소송물에 관하여는 처분권주의가 지배한다. 만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자료에 관하여 당사자의 지배가 인정되지 않고,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 사실관계까지 법원이 스스로 탐지하여 이를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면 소송은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고 예측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적자치의 원칙과 처분권주의는 유명무실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변론주의는 사적자치의 결과이며 동시에 사적자치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2. 사실자료

(1) 사실주장의 법원에 대한 구속력

 변론주의에 의하여 사실자료는 당사자가 수집. 제출해야 하고, 법원은 당사자가 수집. 제출한 자료만으로 재판해야 한다. 따라서 당사자가 어떤 사실을 주장했을 때 법원은 그 사실이 존재하는지, 진실인지 여부를 심리하는 것이지, 당사자의 주장이 진실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서 당사자가 주장한 것과 다른 사실을 스스로 탐지해서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

 

 당사자가 승소에 필요한 사실이 있더라도 이를 변론에서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은 그 사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른 경로를 통해서 알았다 하더라도 이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당사자가 승소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주장하지 않으면 변론주의 때문에 패소하게 되는 위험부담을 '주장책임'이라 한다.

(2) 주장책임

 변론주의에 의하여 당사자가 사실을 주장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하지만 당사자가 주장하는 모든 사실들이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주요사실에 한하여 주장책임을 부담하는데, 변론주의가 적용되는 것은 '주요사실'에 한하고, 간접 사실이나 보조사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간접사실과 보조사실은 주요사실을 증명할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굳이 이런 사실들에까지 변론주의를 적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3) 주요사실, 간접사실, 보조사실

1) 주요사실

 일반적으로는 법률효과가 발생하기 위한 요건사실, 즉 법률요건사실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원고가 주장하는 등기의 이전, 계약체결, 계약의 주요 내용, 가해행위 등의 청구원인사실과 피고가 주장하는 변제사실과 같은 항변사실 등이 주요사실에 해당한다.

 

2) 간접사실

 주요사실의 존부를 추측하게 하는 사실로 징빙이라고도 하는데, 예를 들어 등기이전의 경위, 계약체결 경위, 변제기일, 차량충돌의 경위 등이 간접사실에 해당한다.

 

3) 보조사실

 제출된 증거방법의 증거능력이나 증거력을 판단할 자료가 되는 사실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증인이 사기전과범이라는 사실, 서증이 위조되었다는 사실, 감정인이 원고의 약혼자라는 사실 등이 보조사실이라 할 수 있다. 

 

(4) 소멸시효와 취득시효

 판례가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주요사실로 보는 것과 달리 취득시효와 기산점을 간접사실이라고 보는 것은, 타인으로의

권리변동 시점이 취득시효 완성의 전인가 후인가에 따라 시효취득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에 취득시효 주장자가 임의로

기산점을 조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5) 자백의 구속력

 주요사실 중에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것은 증거조사를 할 필요 없이 그대로 사실로 인정하여야 하는데, 이에는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자백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결국 법원은 당사자의 자백에 구속된다.

 당사자가 어떤 사실을 주장하고 상대방이 이를 자백하면 주장된 사실과 반대되는 사실은 주장된 바가 없으므로 법원은 그 반대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 증거조사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