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송요건의 개념
원고가 소장을 제출하면 원고와 법원 사이에 일정한 법률관계가 성립되는데, 원고는 법원에 소송비용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며, 법원은 소장의 송달 등 심리를 개시할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후 법원이 소장을 피고에게 송달하면 비로소 원고, 피고, 법원 사이에 소송법상 법률관계가 성립하여 법원이 그 소송사건을 심리할 수 있게 되는데(소송계속), 소송요건이란 바로 소송상의 법률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하는 요건으로 "소제기로 성립된 소송이 적법해져서 본안재판을 받을 수 있기 위한 요건"(본안재판요건)이다.
2. 소송요건의 중요성
소송요건이 불비인 경우 원고는 바로 패소(넓은 의미)할 수 있다는 부담을 갖는다.
예를 들어, ① 원고가 제출한 소장은 소장의 필수적 기재사항이 소장에 제대로 기재되어서 적식이어야 한다. 만약 부적식(소장에 기재해야 할 사항이 누락된 경우) 이면 보정을 명하고, 보정하지 않으면 명령으로 각하된다. 즉, 소송을 통하여 판결을 원하는 원고의 입장에서는 소장의 적식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 판결서조차도 받아보지 못하고 소장심사단계에서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해 나갈 수가 없는 것이다.
② 소송이 진행될 수 있도록 소는 적법해야 하며 이 요건을 소송요건이라 하는데, 실체법과 별도로 소송법이 본안에 대하여 재판을 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것이 있으므로, 이 요건이 불비되면 그 소는 부적법하여 법원은 본안에 대한 재판을 하지 않고 판결로 소를 각하한다.
③ 원고의 주장이 그 자체로 보아 청구를 이유 있는 것으로 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원고의 주장 자체로 보더라도 청구가 이유 없으면 이 소에 대하여 법원이 굳이 본격적으로 본안심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청구를 기각한다.
④ 소송절차가 잘 진행되어 본안심리까지 마치고 나면 원고의 청구가 실체법상 법률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법원은 판결로 청구를 기각한다.
이러한 4단계 요건 중 하나라도 불비되면 원고는 바로 넓은 의미의 패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3. 소송요건의 종류
소송요건은 매우 다양하며, 사실상 민사소송법에서 규율하는 대부분의 내용이 바로 소송요건을 규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별로 구체적으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1) 법원에 관한 것
1) 피고에 대해 재판권이 있고, 국제관할권이 있을 것
2) 민사소송사항일 것
3) 법원에 관할권이 있을 것
(2) 당사자에 관한 것
1) 당사자능력이 있을 것
2) 당사자적격이 있을 것
3) 소송능력이 있거나 법정대리인이 대리할 것
4) 소제기의 방식과 소장송달이 적법, 유효할 것
5) 소송비용에 필요한 담보가 제공되었거나 불필요할 것
(3) 소송물에 관한 것
1) 소송물의 특정
2) 권리보호의 자격이 있을 것
3) 권리보호의 이익(필요)이 있을 것
(4) 특수소송에 관한 것
1) 소송 중의 소, 공동소송, 참가 등에서는 각 제도가 요구하는 요건을 구비해야 함
2) 제소기간이 정해진 경우에는 그 기간을 지킬 것
3) 선행절차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 절차를 거칠 것
4. 권리보호요건(소의 이익)
(1) 권리보호요건의 개념
개인이 국가기관인 법원에 권리보호를 청구할 때에 그가 주장하는 권리 자체가 보호할 의미가 있는 것이어야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즉, 국가가 보호해 줄 의미가 없는 경우에 이를 보호하는 것은 법원의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원이 정작 힘을 기울여 보호해 주어야 할 다른 사람의 사건으 그만큼 소홀하게 다루게 될 가능성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소송의 상대방 당사자도 쓸데없는 소송에 시달리는 피해를 입게 되는데, 이와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하여 요구되는 것이 바로 권리보호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소송상청구가 보호할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려면 ① 우선 그 청구의 내용이 본안판결을 받기에 적합한 일반적인 자격(권리보호자격)을 갖추어야 하고, ② 다음으로 그 청구가 그러한 형태의 소, 즉 이행의 소, 확인의 소 또는 형성의 소로써 주장할 구체적 이익 내지 필요가 있는 것(권리보호이익. 필요)이여야 한다.
(2) 권리보호자격
권리보호자격이란 각종의 소에 공통된 소의 이익이라고도 하는데, 권리보호이익과는 달리 이행의소, 확인의 소, 형성의 소를 묻지 않고 일반적으로 소송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자격을 의미한다.
공통된 소의 이익으로 ① 구체적 권리.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일 것, ② 법률상. 계약상 제소가 금지되지 않았을 것, ③ 제소장애사유가 없을 것 등이 요구된다.
1) 구체적 권리.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일 것
청구가 소로써 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어야 권리보호의 자격이 있다. 즉, 소로써 재판을 구할 수 있는 청구이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약혼의 강제이행을 구하는 소, 자연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 입법행위의 소구 등의 경우에는 권리보호자격이 부정되며, 그 밖에 종교단체나 대학에서의 내부 분쟁과 같이 법률이 간섭할 수 없는 생활영역에 속하는 분쟁도 권리보호자격이 부정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권리.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이어야 하는데, 소송이란 법률적 쟁송을 의미하고, 이러한 것만이 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데, 청구의 내용이 권리.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 아니면 법원이 심리할 사항이 아니라 할 수 있다. 판례가 사실관계에 관한 청구에 불과하므로 부적법하다고 판시한 예로는 족보에 특정인을 등재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족보 기재사항의 변경이나 삭제를 청구하는 경우, 종교단체가 특정 종교나 종파에 속하는지의 확인을 구하는 사건에 대하여 권리보호자격이 없다고 하였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실관계의 확정을 구하는 소로서 허용되는 경우는 '증서진부확인의 소' 등이 있다.
2) 법률상. 계약상 제소가 금지되지 않았을 것
청구가 소로써 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어야 권리보호의 자격이 있는데, 법률상 제소가 금지되어 있으면 제소하더라도 법원이 이 청구에 관하여 본안재판을 해 줄 수 없다(예: 중복소제기의 금지, 재소금지 등).
또한 계약상 제소금지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당사자가 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계약을 한 경우에도 계약상 제소금지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부제소특약). 그리고 부제소특약과 마찬가지로 취급되는 것으로 중재합의, 소취하계약, 불상소합의 등도 포함된다.
부제소특약이 인정된 사례로는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하면서 근로관계 종료와 관련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한 경우, 등기말소소송에서 소를 취하하고 그 토지에 관하여 일절 소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
교통사고 후에 보험자가 피해 차량의 손괴부분을 수리 등 일체의 배상을 하여 주고 이 사고와 관련하여 상호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기로 합의하면서 여하한 사유가 있어도 민사소송을 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경우 등이 있다.
3) 제소장애사유가 없을 것
소제기가 법률상, 계약상 금지되어 있지는 않더라도 원고가 직접적, 경제적으로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절차를 택하지 않고 우회적이거나 비경제적인 절차를 택하였으면 그 소는 권리보호를 받을 자격 이 없다. 즉, 민사소송이외에 더 직접적이고 간편한 절차의 존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절차를 잘못선택하면 그 소는 부적법한 것이다.
(3) 권리보호이익(필요성)
각종의 소에 공통된 권리보호자격과는 달리 이행의 소, 확인의 소, 형성의 소에서 각기 요구하는 제소의 이익(필요)이 서로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권리보호이익(필요)'이라고 한다. 각종의 소에 특유한 소의 이익이라고 볼 수 있다.
1) 이행의 소
현재이행의 소에서는 사실심 변론종결시에 이행기가 도래한 것이므로 별다른 이익이 요구되지는 않고, 원고가 이행청구권의 존재를 주장하면 그 자체로 권리보호이익은 인정된다. 다만, 원고가 승소판결을 받아 그 내용대로 이행되어도 실익이 없는 경우에는 이 이익이 부정된다고 할 수 있다.
장래이행의 소로서 조건부나 기한부 채권의 경우에는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거나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으면 본래 실체법상 이행청구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제소를 허용하지 않으면 채권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를 위하여 일정한 경우에는 미리 제소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 경우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어야 한다. 다만, '미리 청구할 필요'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결정될 수 밖에 없다.
2) 확인의 소
장래이행의 소와 같이 확인의 소의 권리보호이익에 관해서는 민사소송법에 규정이 없기 때문에, '즉시 확정의 법률상 이익'이 있으면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권리나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하여 법적 불안이 존재하고 법원이 그 존부를 판결로 확정하면 불안이 즉시 제거될 수 있는 경우에는 확인의 이익이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형성의 소
형성의 소는 소로써 법률관계의 변동을 구할 수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는 것이고, 어떤 경우가 형성의 소를 제기할 경우인가, 어떠한 요건이 갖추어져있어야 제기할 수 있는가는 실체법에 규정되어 있기에 원고가 실체법상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만 하면 형성의 이익은 인정된다.
5. 소송요건의 조사
소송요건은 조사의 방법에 따라 항변사항과 직권조사사항으로 구분된다.
(1) 항변사항
항변사항은 상대방 당사자가 소송요건이 불비되었다고 주장하여야, 즉 항변이 있어야 법원이 조사하는 사항으로 이러한 항변사항은 공익과는 무관하여 대체로 당사자가 임의로 처분하여도 관계없고 오히려 당사자의 처분에 맡기는 것이 더 타당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의관할, 각종의 소송상계약, 소송비용의 담보제공 등이 항변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2) 직권조사사항
직권조사사항은 소송요건은 당사자의 처분에 맡길 수 없는 사항으로서 주로 법적 안정성이라든가 능력 없는 당사자의 보호 등을 위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는 당사자의 주장이나 항변 등을 기다릴 필요 없이 항상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한다.
절차의 잘못이 있을 때 당사자가 행사할 수 있는 절차이의권도 포기가 허용되지 않으며, 자백도 효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판례는 직권조사사항은 당사자 주장에 구속되지 않고 직권으로 조사하여야한다고 하였고, 직권조사사항이라도 그 판단의 기초자료가 되는 사실과 증거에 관하여 소송자료에 나타난 것 외에 직권으로 탐지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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