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에 대한 무권대리, 단독행위에 대한 무권대리 - 무권대리 ⑤

계약에 대한 무권대리

(1) 무권대리행위의 효럭을 둘러싼 본인과 상대방 사이의 관계

 민법은 본인과 상대방의 지위와 관련하여 본인에게는 무권대리행위에 대한 추인권(130조 이하) 또는 추인거절권(132), 상대방에게는 추인 여부를 묻는 최고권(131)과 무권대리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철회권(134)을 인정하고 있다.

 

1) 본인의 추인

 추인권자가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하면 처음부터 소급하여 대리권이 있었던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133조 본문), 물론 추인은 사후에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이 아니며, 소급효를 지닌 일종의 형성권을 행사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통설).

 

. 추인권자와 추인의 방법

 추인을 할 수 있는 자는 본인 및 그의 상속인(본인 사망의 경우), 법정대리인이 추인할 수 있다. 추인은 상대방 또는 무권대리인의 동의나 승낙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리고 상대방의 수령을 필요로 하는 단독행위이다. 추인은 의사표시로서 특별한 방식이 요구되지 않으므로 명시적.묵시적으로 할 수 있다. 따라서 추인을 하였는지는 결국, 의사표시를 해석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예를 들어, 본인이 무권대리행위의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거나 상당기간 방치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추인이 되지 않는다. 물론 추인은 구두에 의해서도 가능하며, 재판 외에서뿐만 아니라 재판상으로도 가능하다. 특히 무권대리행위의 일부에 대하여 추인을 하거나 변경을 가하여 추인을 하는 것은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한 무효이다. 추인은 단독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 추인의 상대방

 추인의 의사표시는 상대방 및 그 무권대리행위로 인한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승계인에게 할 수 있다. 물론 무권대리인에게도 추인을 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상대방이 추인의 사실을 알 때까지 상대방에 대하여 추인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132조 단서). 그러므로 상대방은 그때까지 자신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134).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무권대리인에 대한 본인의 추인이 있었음을 주장함으로써 계약의 효력이 유효로 확정되었음을 주장할 수 있다.

 

. 추인의 소급효

 추인은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한, 계약할 때로 소급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133조 본문). 따라서 추인할 때 새로운 계약이 체결된 것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할 때로 소급하여 처음부터 유권대리행위와 동일한 효력이 당사자에게 발생하는 것이다.

 추인의 소급효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된다. 먼저, 다른 의사표시가 있는 때에는 추인의 소급효는 배제된다(133조 본문). 여기서 다른 의사표시라 함은 본인과 상대방 사이의 약정을 말한다. 또한 추인의 소급효는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하므로 (133조 단서) 3자의 권리를 해하는 경우에는 추인의 소급효가 배제된다. 여기에서 제3자는 물권변동에 필요한 등기.인도를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제3자가 대항력을 갖추지 못하여 채권을 취득한 데 머문다면 제133조 단서는 문제 되지 않는다.

2) 본인의 추인거절

 본인의 추인의 의사가 없음을 적극적으로 표시하여 무권대리행위를 확정적으로 무효로 할 수 있다(132). 따라서 추인을 거절하면 본인은 다시 추인할 수 없으며, 상대방도 최고권이나 철회권을 행사할 수 없다. 추인을 거절함으로써 무권대리 행위의 효력은 본인에 대하여 무효로 확정되기 때문이다.

추인에 대한 거절은 추인의 의사가 없음을 외부에 표시하는 것이므로 의사의 통지로서 준법률행위에 해당한다. 민법 제132조 에서는 거절의 의사표시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학설은 그 법적 성질에 관하여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추인은 의사표시로서 단독행위라고 이해하는 데 이건이 없다. 추인거절의 상대방과 그 방법은 추인의 경우와 동일하다.

 

3) 추인여부에 대한 상대방의 최고

본인의 추인 여부가 결정되지 않음으로써 그 법적 지위가 불확정적인 무권대리 행위의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본인에게 그 추인 여부의 확답을 최고할 수 있다(131조 전단). 본인이 그 기간 안에 확답(추인 또는 추인거절)을 하면 추인 또는 추인거절에 따라 그 효력이 확정되지만, 그 확답을 발송하지 아니한 때에는 추인을 거절한 것으로 본다(131조 후단). 물론 무권대리행위임을 알고 있는 악의의 상대방도 최고할 수 있다.

 

4) 상대방의 철회

무권대리행위의 상대방은 본인의 추인이나 추인거절이 있을 때까지 대리행위를 철회함으로써 불확정적인 법률행위를 확정적으로 무효로 할 수 있다(134조 본문). 철회가 있으면 유동적 무효상태의 법률행위는 확정적 무효로 되므로, 본인은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무권대리인에게 책임(135조 참조)을 물을 수 없다. 한편 무권대리인과 체결한 계약의 철회는 본인이나 무권대리인에 대하여 하여야 하나, 계약체결 당시 무권대리행위임을 몰랐던 선의의 상대방만 철회할 수 있다. 따라서 악의의 상대방에게도 인정되는 최고권과는 그 성질을 달리한다. 선의란 대리인에게 대리권 없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며, 이를 판단하는 시기는 계약 당시이다(통설). 물론 상대방의 악의에 대한 입증책임은 철회의 효과를 다투는 본인에게 있다(통설).

 

(2) 상대방에 대한 무권대리인의 책임

1) 책임의 성질과 그 요건

 무권대리인과 거래한 상대방으로서는 계약의 성립과 그 효력을 믿었기 때문에 이에 부응하는 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135조가 그 내용인데, 통설에 따르면 무권대리인의 책임은 제135조에 의하여 발생하는 법정책임이며 무권대리인의 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이른바 무과실책임이라고 한다.

무권대리인이 자신에게 대리권이 존재함을 증명하지 못하고 또 본인의 추인을 얻지 못하면, 그 계약이 철회되지 않는 한 대리인은 상대방의 선택에 좇아 계약의 이행 또는 손해배상의 책임을 부담한다(1351). 또한 제135조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표현대리가 성립되지 않아야 하며, 무권대리인은 제한능력자가 아니어야 한다(1352항 후단의 반대해석). 무권대리인이 그 책임을 면하려 대리권 있음을 입증하여야 한다(통설.판례). 다만, 상대방이 무권대리인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려면 변론주의원칙상 대리인으로 계약을 한 자가 그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였음을 주장하여야 한다.

2) 책임의 내용

. 선택채권의 법리

 무권대리인은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이행 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상대방의 권리는 선택채권에 해당한다. 채권의 수는 하나이지만, 그 채권의 내용 내지 목적과 관련해서는 채무이행의 급부 또는 손해배상의 급부 가운데에서 하나의 급부를 선택할 수 있다(380조 내지 제386). 상대방은 대리인에 대하여 하나의 급부를 선택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여야 하며, 대리인의 동의가 없으면 이미 행한 선택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382).

 

. 이행의 청구

상대방이 이행급부를 선택하면 무권대리인은 본인이 대리행위에 의하여 부담하게 될 채무와 같은 내용의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무권대리인이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행급부의 선택은 실익이 없다. 반면에 무권대리인이 본인과 동일한 물건을 소유하고 있거나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대체물이 매매목적물인 경우에는 이행급부의 선택이 실익이 있다. 물론 무권대리인으로서는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급부를 이행하면서, 반대급부, 즉 대금채무의 이행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다(538조 참조).

 

. 손해배상의 청구

 상대방이 손해배상의 청구를 선택할 경우에 특히 문제 되는 것은 손해배상의 범위이다. 계약이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손해(이행이익)의 배상인가, 아니면 유효한 대리권의 존재를 믿음으로써 생긴 손해(신뢰이익)의 배상인가? 통설에 의하면, 무권대리인은 상대방과 본인 사이에서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배상하여야 하므로 제135조가 이행 또는 손해배상 중의 하나를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이행에 갈음하는 손해, 즉 이행이익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는 것으로 본다.

 

. 이행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제135조의 청구권은 본인에 대한 상대방의 청구권과 별개의 청구권이지만, 무권대리인은 대리권이 있었더라면 본인이 부담하였을 책임 이상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일반채권의 소멸시효기간(162)이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리행위가 목적한 계약의 성질에 따른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 , 1621항이 적용될 수도 있고, 단기소멸시효기간(163조 및 제164) 혹은 상사채권의 소멸시효기간(상법 제64)이 적용될 수도 있다.

한편 판례는 상대방이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부터, 즉 대리권의 증명 또는 추인을 얻지 못한 때부터 그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된다고 본다. 이행의 급부나 손해배상의 급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그 선택의 효력은 채권발생 당시로 소급하고 이때부터 소멸시효기간이 기산하기 때문이다.

 

3)책임의 배제

 민법은 일정한 경우에 무권대리인의 책임을 배제하고 있다. 먼저,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무권대리인의 책임이 배제된다(1352항 전단). ‘알 수 있었을 때의 의미에 대하여 통설은 과실로 알지 못한 때와 같은 의미라고 한다.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느냐의 판단은 대리행위 당시를 표준으로 하며, 특히 그러한 사실은 무권대리인이 주장.입증하여야 한다(통설.판례). 또한 대리인으로 계약을 한 자가 제한능력자인 때에도 위 책임이 배제된다(1352항 후단). 이 경우 무권대리인 스스로 자신이 제한능력자임을 주장.입증해야 한다.

 

(3)본인과 무권대리인과의 관계

 본인이 협의의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하면 본인에게 효력이 발생하지만, 추인을 거절하면 아무런 효력도 생기지 않는다. 이 경우에 본인과 무권대리인 사이에 내부적 기초관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일반원칙에 따라 사무관리(734조 이하). 부당이득(741조 이하). 불법행위(750조 이하)의 문제로 취급하면 충분하다(통설).

 

단독행위에 대한 무권대리

 (1)상대방 있는 단독행위에 대한 무권대리

 우리 민법은 계약의 경우와는 달리 단독행위의 무권대리를 원칙적으로 무효로하고,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136).

 

 1)능동대리

 대리인이 대리권 없이 대리행위를 하는 데 상대방이 동의를 하거나 그 대리권을 다투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의 경우와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136조 전단). 따라서 제130조 내지 제135조가 준용된다. ‘대리권을 다투지 아니한 때란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것을 말하고, 무권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없다는 데에 대한 선의.무과실은 요구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권대리인이 행한 단독행위를 수령한 후 지체 없이 이의를 제기하면 다툰 것으로 보아야 한다(통설).

 

2)수동대리

 무권대리인의 동의를 얻어 단독행위를 한 경우에만 계약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135조 후단). 상대방이 이 단독행위를 철회한다는 것은 성질상 인정될 수 없으므로 본인이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하지 않는 한, 135조가 적용될 뿐이다. 역시 그 성질상 이행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

 

(2)상대방 없는 단독행위

 능동대리 및 수동대리를 묻지 않고 언제나 무효이다. 물론 본인이 추인이 있더라도 이미 무효인 무권대리행위의 효력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통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