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한 부당이득

1. 비채변제

(1) 의의

 비채변제라 함은 채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채무가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변제한 경우를 말한다. 비채변제의 경우에 변제자는 원칙적으로 수령자에게 그 급부한 것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민법은 일정한 경우에 그 반환청구를 인정하지 않는다. 즉, 채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변제를 한 자가 변제 당시에 채무없음을 알고 있었던 경우(악의의 비채변제)와, 변제할 법률상 의무는 없으나 사회의 도의관념에 비추어 그 변제가 타당한 경우(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는 그 급부를 반환청구하지 못한다(제742조, 제744조).

 

(2) 악의의 비채변제

 채무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거나 그 후에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변제자가 변제 당시 이러한 사정을 알고서 변제로서 급부한 것을 악의의 비채변제라고 한다. 변제로서 급부하였다는 것은 일부급부 또는 불완전급부와 같이 채무의 내용에 좇은 것이 아니더라도 관계없다. 대물변제나 제3자의 변제도 이에 해당한다. 과실로 채무없음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 과실 유무를 불문하고 악의의 비채변제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대판 1998. 11. 13, 97다58453).

 

채무없음을 알았다는 사실은 반환의 무를 면하려는 변제수령자가 입증해야 한다(통설과 판례). 다만 채무없음을 알았더라도 그 변제를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컨대 채권자라고 자칭하는 자의 강박에 의한 변제 또는 강제집행을 당할 염려가 있어서 이를 피하기 위해 변제한 경우에는 반환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통설: 대판 1988. 2. 9, 87다432 참고).

 

(3)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변제하였으나, 그 변제가 도의관념에 적합한 것인 때에는 반환청구권이 배제된다(제744조). 도의관념에 적합한 것이란 사회의 미풍양속을 유지하고 도덕적 의무를 실현하기 위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효로 채무가 소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정을 모른 채 그 채무를 변제한 경우나, 부양의무 없는 친족을 부양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2. 변제기 전의 변제

 변제기 전의 채무를 변제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제743조 본문). 변제기 이전이라도 채무가 존재하고, 변제로 인해 채권자의 채권이 소멸한다는 점에서 채권자에게는 그 급부로 인한 부당이득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자가 미리 급부받은 것을 변제기까지 이용함으로써 사실상 얻은 이익은 법률상의 원인이 없는 것이므로, 채무자가

변제기를 착오함으로써 변제한 경우에 한해서 채권자에게 발생한 이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제743조 단서).

 

3. 타인채무의 변제

 타인채무라는 것을 알면서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와 타인채무를 자기의 채무로 오신하여 변제한 경우로 나누어 살필 수 있다. 먼저 전자의 경우에는 제3자를 위한 유효한 변제가 되므로(제469조, 제364조), 채권은 소멸하고 채권자와 변제자 사이에서 부당이득반환관계는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채무자에 대해서는 변제자가 사무관리 또는 부당이득에 기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에 후자의 경우에는 타인을 위하여 변제한 것이 아니므로 제3자변제로서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변제자는 채권자에게 급부한 것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청구할 수 있다. 다만, 변제자의 변제로 인해 채권이 소멸한 것으로 오신한

선의의 채권자가 변제자의 반환청구에 의해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되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채권자가 채권증서를 훼손하거나, 또는 담보를 포기하거나 시효완성으로 인하여 그 채권을 잃은 때에는 변제자에게 반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제745조 2항). 이 경우에 변제자의 구상권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