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 ③

6. 증거조사절차

 증거조사는 통상 당사자가 증거신청을 하면 법원이 그 채부를 결정하고, 채택된 증거에 대하여 조사를 하여 심증을 형성하는 순서로 진행한다. 따라서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과정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증거신청이란 당사자가 일정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특정 증거 방법을 적시하여 조사할 것을 법원에 신청하는 소송행위를 말하는데, 변론주의 절차에서는 당사자의 증거신청이 없으면 다툼 있는 사실에 대하여 증거가 없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증거신청은 소송의 승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소송행위이다.

 

(1) 증거신청 방법과 시기

1) 증거신청 방법

 증거를 신청할 때는 입증하려는 사실(입증사항), 특정 증거방법 및 입증사항과 증거방법의 관계(입증취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하는데, 이는 증거 신청의 남용을 막고 바로 증거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서, 증인과 당사자 신문의 경우에는 '신문사항', 감정의 경우에는 '감정사항'을 기재한 서면을 제축하여야 한다.

 

2) 증거신청 시기

 증거신청은 실기한 공격. 방어방법으로 각하되거나 준비절차 종결의 효과로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변론종결시' 까지 가능하며, 이 신청은 변론기일 전에도 할 수 있으며, 주로 변론준비절차나 변론준비기일에 한다.

 

(2) 증거신청의 철회와 상대방의 증거항변

1) 증거신청 철회

 증거신청은 증거조사가 시작되기 전이면 자유로이 철회가능하며, 증거조사가 시작된 뒤에는 상대방도 유리하게 원용할 이익을 가지므로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증거조사가 끝난 뒤에는 이미 심증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철회가 불가하다.

 

2) 상대방의 증거항변

 증거신청이 있으면 상대방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하며, 이때 상대방은 신청된 증거에 대하여 실기,

무가치, 불필요, 부적법 등의 증거항변을 할 수 있다.

 

(3) 증거결정

 증거결정은 당사자가 증거신청을 하면 법원이 그 증거방법을 조사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당사자는 다툼 있는 사실에 대하여 입증을 할 정당한 이익이 있으므로 법원은 증거신청을 받아들이는 것이 원칙이며, 다만 증거능력이 없거나 부적법한 증거, 불필요하거나 조사가 불가능한 증거는 조사하여서는 안 될 것이므로 증거 결정을 함에는 그 증거가 적법한지, 방식에 맞는지 및 그 증거방법을 조사하는 것이 필요한지 그리고 가능한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법원이 증거신청을 채택하면 이를 채택한다는 증거결정을 하고, 증거신청을 배척하면 각하결정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증거결정은 법원의 직권에 속하는 재량사항이지만 신청된 증거방법이 '유일한 증거'일 경우에는 이를 조사해야 한다. 여기서 유일한 증거란 주요사실에 관하여 당사자가 신청한 단 하나뿐인 증거방법으로, 그 증거를 조사하지 않으면 그 주요사실에 대하여 아무런 증거방법이 없게 되는 것을 말하며, 사건 전체를 기준으로 유일한 증거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은 아니다.

 

(4) 보충적 직권증거조사

 변론주의 소송에서 증거조사도 당사자의 신청이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직권으로 증거를 조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나 변론주의가 시행된다고 하여 실체적 진실발견의 목표를 포기하고 형시적 진실로서 만족해서는 안 되므로 변론주의의 약점을 조절하기 위하여 현행범은 보충적으로 직권증거조사를 가능하게 하였다.

 

 직권증거조사는 보충적으로 할 수 있으므로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의 조사를 마친 뒤에 직권조사 여부를 결정하는데,

법원은 당사자의 입증이 충분하지 못한 때에는 석명권을 행사하여 입증을 촉구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할 때, 즉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로 심증을 얻지 못하거나 기타 필요한 경우에는 보충적으로 직권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

 

(5) 증거조사의 실시

 증거조사는 수소법원의 법정에서 변론기일이나 별도로 정해진 증거조사기일에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변론기일이 동시에 증거조사기일이 되는 것이 일반적임), 변론기일 전에도 변론준비절차에서 증거조사를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정 외에서의 증거조사도 가능하다.

 

 변론준비기일에 증거조사를 하였으면 변론준비기일조서에, 변론기일에 증거조사를 하였으면 변론조서에 이를 기재하고, 별도로 증거조사를 하였으면 증거조사에 기재한다.

 

(6) 개별적인 증거방법의 조사

1) 증인신문

 증인은 소송에서 과거에 자기가 경험한 사실을 법원에 진술하는 제3자를 말하는데, 증인의 이러한 진술을 '증언'이라 하고, 증언으로부터 증거자료를 얻는 증거조사를 '증인신문'이라 한다.

 증인은 소송에서의 제3자이어야 하므로 당사자는 증인이 될 수 없고, 소송상 당사자와 같이 취급되는 당사자의 법정대리인이나 대표자, 관리인은 증인이 될 수 없으며 이들 이외의 사람은 누구나 증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에 복종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증인으로 신문에 응할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하며, 출석요구를 받은 증인은 지정된 일시와 장소에 출석할 의무가 있으며, 증인은 증언함에 있어서 선서를 하여야 하고, 증인은 신문에 대하여 진술할 의무가 있다.

 

2) 감정

 감정이란 법관의 지식과 경험을 보충하기 위하여 특별한 학식과 경험을 가진 자3자에게 그 전문지식을 이용하여 법규,

관습, 경험법칙의 존부와 이를 적용하여 얻은 자기 판단과 의견을 보고하게 하는 증거조사를 말한다.

 감정인은 과거의 경험이 아니라 법원의 명령을 받고 감정을 한 후 그 결과를 보고한다는 점에서 증인과 다르다. 

 

 감정사항에 관하여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면 되고, 특정의 사실에 관하여 경험한 것을 보고하는 증인과 달리 대체성이 있으므로 감정인은 법원이나 법관이 지정하고, 결격사유도 정해져 있으며, 감정인에 대한 기피절차도 마련되어 있다.

 감정사항은 법규, 관습 및 경험법칙의 존부나 해석에 관한 것 등이 있으며, 사실판단에 대한 감정도 가능하다(예 : 혈액형, 화제의 원인, 필적의 동일성 등).

3) 서증

 문서의 기재내용을 증거자료로 삼으려는 증거조사를 서증이라 하는데, 민사소송에서 문서는 문자나 기호, 부호 등에 의하여 작성자의 일정한 사상을 표현한 유형물을 말한다(예 : 편지, 계약서, 등기부, 영수증, 위임장 등).

 문서의 종류에는 공문서(공무원이 그 직무상의 권한에 기하여 작성한 문서로, 공무원이 작성하였어도 직무상 권한에 기하여 작성한 것이 아니면 공문서가 아니고, 공무원이 발급한 고지서 등은 공문서에 준해서 취급할 수 있음. 그 밖에 공문서 이외의 문서로 공문서와 가문서의 차이점은 공문서는 진정성립이 추정되나, 사문서는 제출자가 그 진정성립을 입증해야 함)가 있다.

 

문서가 작성 명인인의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것이고 타인에 의하여 위조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진정성립' 이라고 하는데, 명의인이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명의인의 승낙하에 타인이 작성한 것이어도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

 

 서증이 제출되면 재판장이 상대방에게 그 문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것인지를 묻고, 이때 상대방의 답변 태도를 ① 인정, ② 침묵, ③ 부지, ④ 부인의 4가지로 나누어서 상대방이 인정한다고 진술하거나 침묵하면 재판상자백이나 자백간주의 법리가 적용되어 그 문서의 진정성을 인정(판례)하고, 상대방이 부인이나 부지로 답하면 제출한 당사자는 그 문서의 진정성립을 증명해야 하며, 이때 입증책임은 그 문서를 제출한 당사자가 부담한다.

 문서가 공문서로 인정되면 진정성립이 추정되고, 사문서의 경우에는 입증자가 그 성립의 진정을 증명해야 한다.

 

4) 검증

 검증이란 법관이 직접 오관의 작용으로 사물의 성질, 상태 또는 현상을 검사하여 얻은 인식을 증거자료로 하는 증거조사이며, 그 대상이 되는 사물을 검증물이라 한다.

 토지나 건물의 현상을 파악하거나, 사고현장이나 사고차량 등을 직접 관찰하는 경우에 검증을 이용하며, 검증도 당사자의 신청에 의함이 원칙으로, 당사자는 검증의 목적을 표시하여 신청하여야 한다.

 

5) 당사자신문

 당사자신문은 당사자본인을 증인과 같은 방법으로 하여 그 경험 사실을 진술케 하여 이를 증거자료로 하는 증거조사를 말하는데, 본래 당사자는 소송주체이므로 당사자의 진술은 증거자료가 아니라 사실자료가 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당사자의 진술을 증거자료로 하기 위하여 선서를 시키고 신문할 수 있다.

 

 당사자가 소송주체로서 하는 진술과 당사자신문을 당하여 하는 진술을 구별해야 한다. 즉, 당사자신문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시인하는 진술을 해도 이는 증거자료이지 사실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재판상자백이 성립하는 것이 아니고, 법원이 석명하여 당사자에게 진술시키는 것도 당사자신문과 모습이 비슷하지만 이것 역시 소송주체로서의 주장을 보충하는 것이지

증거자료는 아니며, 당사자신문에서 당사자로서 한 주장사실과 모순되는 진술을 해도 전에한 진술을 고친 것은 아니다.

 

6) 정보수록물

 컴퓨터 자기디스크나 광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기억된 문자정보에 대하여 증거조사를 할 경우에는 그 내용을 직접 인식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하고 종이나 화면에 인쇄하거나 출력하여 그 내용을 파악하는 수밖에 없으므로, 문자나 그 밖의 기호, 도면, 가진 등에 관한 정보에 대한 증거조사는 그 전자문서를 모니터나 스크린 등을 이용하여 열람함으로써 가능하다.

 

 녹음, 녹화테이프, 컴퓨터용 자기디스크, 광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음성이나 영상을 녹음 또는 녹화하여

재생할 수 있는 매체에 대한 증거조사는 이들 전자문서를 청취하거나 시청하는 방법으로 실시한다.

 도면, 사진 등은 문서가 아니고, 그 수록 기술도 다양하기 때문에 도면, 사진 그 밖에 정보를 담기 위하여 만들어진 문서

아닌 물건이 증거자료가 될 때에는 그 조사방법에 관하여는 각기 대상물과 입증의 목적에 따라 감정, 거증, 검증의 조사에 관한 절차에 따른다.